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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위스키 시작하기
Kim's위크 2022. 9. 21. 00:03발렌타인이 왜 유명하지?
발렌타인 위스키를 처음 보시는 분은 아마 없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십 년 전부터 면세점의 단골 라인업이었고 선물하기 좋은 양주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급 양주로서 이름만 들어보신 분도 있고, 막상 시음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양주이기도 합니다. 접근성 자체는 다른 위스키에 비해서 매우 좋은 위치에 속하는데 정작 그렇게 인기가 많은 것 같지 않고, 술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애주가들조차도 발렌타인 위스키의 라인업에 어떠한 이야기를 했거나 칭찬을 했다든지의 발언을 찾기 힘듭니다. 발렌타인 제품은 왜 이런 애매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 걸까요?
발렌타인 위스키의 종류
발렌타인 위스키는 1827년부터 시작한 오래된 양조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역사가 길다 보니 라인업 또한 다양하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입니다. 다른 위스키에 대비하여 발렌타인을 특징적이게 만들어주는 것은 발렌타인이 블렌디드 위스키를 판매한다는 점입니다. 위스키를 구분하는 가장 큰 요소인 원료의 측면에서, 싱글 몰트, 블렌디드 몰트, 그레인, 블렌디드 위스키 등이 있는데, 발렌타인은 이 중 여러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에 속합니다. 여러 위스키를 섞어 만든 위스키이다 보니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싱글몰트와 달리 어찌 말하면 몰개성하고, 많은 사람에게 큰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숙성인 파이니스트, 12년산과 17년산에서는 위스키 자체의 맛은 가지고 있지만 어떠한 특징적인 맛을 느끼기 위한 위스키로서는 적절하지 않고, 단맛과 여러 부드러운 맛을 갖고 있지만 끝맛이 너무 쉽게 휘발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물론 너무 강하고 개성이 독특한 위스키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되기도 하는 만큼, 어떠한 제품의 우열이 있음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파이니스트는 1~3만원, 12년산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판매되지 않으며, 17년산은 매장마다 상이하지만 7만~13만원선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선물용 위스키로 가장 유명한 발렌타인 21년산은 면세점에서 많이 구입하는 주류입니다. 다른 싱글몰트 위스키들에 비해 비슷한 연수에 더 저렴한 가격이며, 고숙성에서 느껴지는 둥글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부담감 없이, 자신과 맞지 않을 것이라는 위험 없이 고숙성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위스키인 셈입니다. 최근의 21년산은 국내에서는 대략 23만원, 면세점에서는 10만원 중반 정도 합니다.
발렌타인 30년산은 고가 위스키의 대명사와도 같은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연수가 넘어갈수록 찌르는 맛 없이 목넘김이 순하고 더욱 부드러워지며, 달콤한 맛은 더 매끄러워집니다. 발렌타인의 방향성을 끝없이 추구한 결과 그 자체가 개성이 된 듯한 맛을 갖고 있습니다. 국외여행에서 구할 수 있다면 한 번쯤 진열이나 선물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구매하셔도 좋을 만한 매력적인 위스키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만큼 면세점에서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발렌타인은 좋은 위스키다. 방향을 올바로 설정하면!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다 보니 제대로 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21년 이상부터 마셔보아야 하는데, 아무리 동급의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비하여 저렴한 가격이라고 하지만 여타 위스키에 비해 접근성이 -직접 구매하여 소비하기- 쉽지 않고, 유명한 발렌타인을 마셔보기 위해서 17년산이나 어쩌다 구한 12년산을 마시면 흐릿한 인상과 다듬어지지 않은 알코올 향에 실망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므로 고숙성 위스키를 체험해본다는 마음으로 블렌디드 위스키를 생각한다면, 발렌타인은 물론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부디 블렌디드 위스키에 대한 선입견이 좀 덜해져서 순한 위스키에도 많은 사람들의 선호가 있기를 바랍니다.